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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의 2022년은 어땠을까?

    저도 30살은 처음이라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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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들어가며

    개발자로서의 나와 한 개인으로서의 나의 2022년은 어땠나 돌아보자.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작업이겠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는 글이 될 것 같다.

    첫번째 이직

    • 프론트엔드 개발자로 첫 취업을 한지 1년 2개월쯤 넘었을때, 이직의 기회가 찾아왔다. 인턴십을 했던 회사의 대표님께서 다른 회사의 이사로 옮겨가시면서 새로 시작할 서비스의 프론트엔드 개발자 자리를 제안해 주신것이다.
    • 고민이 많았다. 당시 재직중이던 회사의 서비스와 동료들에게 애정이 컸고, 무엇보다 아직 그곳에서 내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이 남아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 하지만 블록체인 산업을 도메인으로 커리어를 이어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찾아온 기회를 잡고 싶은 마음이 더 컸던것 같다. 물론, 높은 연봉을 제안해주신 부분도 아주 큰 메리트로 작용했다.
    • 나의 이직을 진심으로 아쉬워하고 또 축하해주는 동료들이 있어 ‘그래도 나 나름 회사 생활 잘했을지도 몰라?’ 라는 생각이 들었다.
    • 더불어 전 회사에서 개발자를 하겠다고 퇴사를 말씀 드렸을 때, 당시 팀장님께서 젊을때 하고싶은게 있다는데 말릴 사람이 누가 있겠냐며 응원해주셨던(눈물이 핑-) 기억까지 문득 스쳐지나갔다.
    • 첫 출근까지 한달 정도 여유시간이 생겼는데, 나의 부족함을 채우는 시간으로 사용했다. 나는 이 시간이 회사에 다닌 1년과 맞먹을 만큼 스스로 성장한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회사 서비스에만 매몰되어있던 시야가 넓어지고, 새로운 기술도 사용해보면서 와! 이거 다음에 꼭 사용해봐야겠다! 라는 생각을 매일같이 했던것 같다.
    • 한걸음 뒤로 물러나서 보니 내가 남겨 놓은 레거시 코드에 대한 부끄러움이 밀려왔다. 다음 프론트엔드 개발자님에게 남겨 놓은 인수인계서(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편지)에 혹시 괜찮으시다면 제 코드에 대한 피드백을 해달라며 연락처를 적어놓았는데… 험한말이 오는건 아닌가 하는 걱정마저 들었다..😅 (퇴사 후 기획자님의 집들이에서 개발자님을 만났지만 다행히도 욕은 하지 않으셨다.) 그렇지만 지난날의 나의 코드를 어쩌겠는가!! 앞으로 조금이라도 덜 부끄러운 코드를 작성하자.

    첫번째 이직 후

    • 7월이 되었고, 새로운 회사에 출근했다. 출근길은 고대에서 압구정으로 바뀌었고, 과잠입은 고대생 대신 가로수길에 있는 예쁜 가게들을 보며 출근을 하게되었다.
    • 인하우스 개발자는 나 혼자였으며, 백엔드 개발자는 두 분으로 외부에 계셨다. 두 분은 시니어 개발자였으며 척!하면 착! 하시는 그런 엄청난 분 들이었다. 덕분에 시니어 개발자란 이런거구나?를 목격했고, 도움도 정~말 많이 받았다.
    • 처음에는 1인분을 해내고 싶다는 생각에 긴장을 정말 많이 했던것 같다. 그런생각이 들수록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먼저 하자, 라고 마음을 다잡았다.
    • 회사생활을 돌아보기 위해 월별 회고를 적기 시작했다. 다시 읽어보니 참 많은 일을 했고, 많은 일들이 있었구나 싶다.
    • 프론트엔드 개발자 동료가 한명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목마름이 있어서 집 근처 개발자 분들을 대상으로 스터디를 모집했다. 두달간 매주 수요일마다 스터디를 진행했는데 퇴근 후 스터디로 가는길은 힘들었지만 끝나고 집에 가는 길이면 와, 이번주도 좋았다!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이번 경험을 계기로 앞으로 계속 스터디를 할 것 같다. 혼자 공부하는 것보다 서로의 지식이 공유되었을 때 얻는 것이 정말 많다.
    • 기억에 남는 실수가 있다. 스터디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내가 해야하는 어떤 업무를 백엔드 개발자님이 나 대신 해주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 것이다. 그동안 내가 해야하는 업무라는것을 인지조차 못하고 있었다. 너무 부끄럽고 죄송스러웠다. 지금이라도 해결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업무를 넘긴것이 아닌 정말로 몰랐음을 말씀드리고 앞으로 내가 하겠다고 말씀드렸다. 이 사실을 털어 놓을때 어떻게하면 진심이 전달될까 많이 고민했는데 백엔드님은 쿨하게 받아들여 주셨다. 심지어 다음 그 업무를 내가 할 때 처음이라 버벅일 것을 아셨는지 먼저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주셨다. 본받아야지..
    • 입사후 처음으로 개발하던 해외 송금서비스는 여러 사정에 의해 오픈하지 못했다. 애정을 주었는데 세상 빛을 보지 못하게 된 것이 아쉬웠다.
    • FTX 사태가 터진 다음날 코인 스테이킹 서비스를 오픈했다. 시기가 매우 아쉬웠지만 이건 블록체인 산업이 우리 삶에 깊숙하게 침투하려면 겪어내야할 과정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 벌써 새로운 회사로 온지 6개월이 지났다니.. 나이가 들면서 인생의 속도가 정말 빨라진건 아닌가 싶다.

    결혼

    • 22년 나에게 일어난 단연 가장 큰 사건은 내가 결혼을 했다!는 사실이 아닐까 싶다. 이요르랑 함께 산지는 벌써 1년 8개월쯤 되었는데 그동안 마냥 행복했고 앞으로도 그럴것 같다는 확신이든다.
    • 우리의 행복의 비결(?)은 서로에게 ‘이거해라, 저거해라’ 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요르는 내가 설거지를 잔뜩 쌓아놓아도 설거지해라! 라고 말하지 않는다. 설거지 쌓인게 거슬린다면 본인이 직접 한다. 나는 그런 이요르의 모습에 아주 깊은 깨닳음(?)을 얻었고, 나 또한 이요르의 어떤 행동으로 인해 불편함이 생긴다면 내가 직접 하게 되었다. 이렇게 하니 서로에게 잔소리를 할 일이 없다. 솔~직히 말하면 성선설을 믿게 만드는 이요르의 성격으로인해 우리는 행복하게 살고있다.
    • 우리는 서로에게 정말 필요한 존재라고 생각한다. 나는 성장욕구가 1년에 360일정도 뿜뿜하는 사람이라 퇴근한 후와 주말에 꼭꼭 책을 보거나 공부를 ‘해야만’하는데 이런 나의 모습으로 인해 이요르의 외면의 성장에 자극이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요르는 이번년에 퍼블리에 글을 연재 했으며, 책 출판 제의를 받고, 관심주제로 오픈채팅방을 운영하고 있다.) 한편, 이요르는 자존감이 뿜뿜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놀라운 사람이라 그런 이요르의 모습을 아주 가까운곳에서 바라보며 나는 내면의 성장에 도움을 받고 있다. (나는 이요르를 닮아 약간 더 착해졌다??..)
    • 함께 산 이후로 뉴런을 공유하는 것 처럼 모든 부분에서 놀라울 정도로 서로를 닮아가고 있다. 심지어 여드름도 같은 위치에 난다…🧐
    • 마지막으로 하고싶은 말은,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다는데.. 이요르는 완벽하다 !

    올해의 독서

    • 노션에 기록해둔 바에 의하면 2022년 총 41권의 책을 완독 하였고, 12권은 여러 이유로 읽는 것을 잠시 멈추었다.
    • 완독한 책 중 IT 카테고리를 가진 책은 11권 읽었고, 자기계발 9권, 소설 8권 , 에세이 6권, 경제에 관련한 책을 7권 읽었다. 결혼하면서 경제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된 것 같다. 별점 5개를 준 책은 라이더 캐롤의 불렛저널, 룰루밀러의 물고기는 존재하지않는다, 정김경숙의 계속 가봅시다 남는게 체력인데, 데일카네기의 인간관계론 총 4권이다.
    • 올해 yes24에서만 100만원이 넘는 비용을 책 구입하는데 사용했다. 책 사는 돈은 전혀 아깝지 않지만.. 가계부에 책 비용이 너무 큰 비중을 차지할때면 이요르에게 살짝 미안해진다. 꼭 대형도서관 근처로 이사가야지…!
    • 나의 올해의 책은 룰루밀러의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다.
    • 자신만의 굳은 믿음, 신념을 포기하는것으로 다른 세상을 얻게되는 과정을 담아낸 책이다. 이 책을 만남으로 인해 나의 케케묵은 오랜 신념을 포기하고 또 다른 우주를 얻게 되었다.
    • 기억에 남는 문장은,
      • p247-248. 왜냐하면 별들을 포기하면 우주를 얻을 수 있으니까
      • p125. 무지는 세상에서 가장 유쾌한 학문이다. 아무런 노동이나 수고 없이도 습득할 수 있으며, 정신에 우울함이 스며들지 못하게 해주니 말이다. (16세기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는 사실을 믿었다는 이유로 화형당한 천문학자 조르다노 브루노)

    소소한 이야기

    • 전혀 소소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8월에 아빠가 돌아가셨다. 이 사실을 머리에 떠올리거나 글로 마주하게 되면 알 수 없는 무력감이 생겨서 회고글에는 적지말까 생각해봤지만 그렇다고 회피할 수 만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오래 마주할 자신은 없으니 짧게 남겨본다.
    • 고기를 먹지 않는 비덩으로 살아온지 벌써 2년 반이 넘었다. 습관이 되어버린 비덩의 삶을 한달 전쯤 부터 살며시 내려놓기 시작했고, 여러 시도 끝에 고기를 먹을 수 있게 되었다.
    • 길모어 걸스, 파리의 에밀리를 보며 어려움에 봉착했을 때 낙담보다는 빠르게 문제를 해결하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로리와 에밀리의 모습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 시그널을 잇는 명작을 만났다. 애플 오리지널 시리즈인 세브런스:단절 !
    • 등린이를 꿈꾸고 있다. 관악산을 시작으로 크리스마스에는 태백산에 다녀왔다. 설산을 등산하고 싶다는 올해 버킷리스트를 이루었다.
    • 올해 나의 키워드는 단순함이였다. 키워드에 많이 가까워졌다고 생각하지만 욕심 나는 부분이 좀 더 있어서 내년까지 이 키워드를 가져가려고한다.
    • 내가 엄격이 라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마인들링이라는 서비스를 통해 엄격이를 내려놓는 연습을 했는데 스스로에대해 조금 더 알게되는 기회가 되었다. 그리고 샤워할때 만큼은 오늘 할 일을 떠올리느라 머릿속에 복잡하기 보다 그 순간의 따뜻한 물을 즐길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 원띵이라는 책을 읽고 나의 인생의 목표를 세워보았다. 내 인생 최종의 목표는 성장하는 삶이며, 5년의 목표는 성장하는 곳에 존재하는것이다.

    마무리하며

    다시 읽어보니 매순간 어떻게 하면 내가 성장 할 수 있을까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 역시 나는 나인것 같다. 올해 나는 좀 더 어른이 된 것 같아~! 라고 마무리를 하고 싶지만 여전히 나는 혼란스럽고 실수하는 사람인것 같다. 🤪

    그럼에도 좋은 일들로 회고를 가득 채울 수 있어서 다행이다!